<댓글로 세상보기>는 시지온이 ‘소셜’과 ‘댓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국내외 인터넷 관련 산업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외부와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 사례들의 소개와 라이브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인터넷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지온만의 관점과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댓글로 세상보기 (8)

댓글 관리 정책, 댓글의 정치학 




뉴욕타임즈의 건전(?) 댓글 문화의 비밀



미국 주요 언론사 중에서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다 보면 댓글창이 우리 언론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깨끗하다고 하는 것은 스팸은 물론이고, 소위 악성댓글로 분류되는 비속어가 담긴 댓글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언어가 넘치는 댓글을 보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의 댓글 문화에 비해서 미국의 댓글문화가 더 건전하기 때문일까?


<뉴욕타임즈 댓글 영역>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버전과 복잡한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단순한 버전으로 설명하자면 그것은 댓글 규제 정책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택하고 있는 것은 댓글 사후(事後) 규제 정책이다. 댓글을 올리고 난 후에 그것이 문제가 있을 경우, 댓글 삭제 혹은 계정을 차단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뉴욕 타임즈는 댓글 사전(事前) 규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댓글을 작성하면 그것이 바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등록이 된다. 이렇게 보면, 뉴욕타임즈의 건전한 댓글 문화의 주요한 원인은 악성댓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문제를 생각해보면, 더 고민할 요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왜 국내 언론사들과 뉴욕타임즈는 서로 다른 댓글 정책을 택하고, 택할 수 있었던 것인가?



韓美 인터넷 규제의 차이가 만든 댓글 관리 정책의 차이



여기에 대한 첫 번쨰 답은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댓글 작성자의 정보를 추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접속한 컴퓨터의 이용자 정보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찾아내는 것을 물론이고, 소셜댓글 보급 이전에 실명제에 의해서만 댓글작성이 허용될 때는 단시간에 개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에 비해서 미국 같은 경우는 개인정보의 강제적 공개 수준이 낮아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언론사의 댓글 영역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더 무겁다.


데이비드 아디아의 온라인 댓글 영역에 대한 언론사의 면책 조항에 관한 강의 from Nieman Journalism Lab on Vimeo.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언론사들이 자사의 편집 정책에 따라 댓글 영역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도 크다. 2009년 1월 14일에 미국 하버드 시민법 연구소(Citizen Law Lab)의 소장인 데이비드 아디아(David Ardia)가 하버드의 니만 저널리즘 연구소(Nieman Journalism Lab)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996년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통신품위법(CDA) 230조에 따라서 미국 언론사는 '이용자들에게 명예 훼손이 될 수 있는 언행(defamatory statements)을 조장하거나 이용자들의 표현물의 의미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는 댓글을 편집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소위 그들의 기준(ATL: Above the Line)을 미치지 못하는 댓글에 대해서 사전 규제를 통한 삭제 조치도 가능한 것이다.



악성댓글 0%가 과연 바람직한 목표일까?



그러나 악성댓글 0%가 과연 바람직한 목표일까? 듣기 싫은 말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소수 의견이 묵살되거나 하는 사례가 있지는 않을까? 특별히 해당 언론사가 특정한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댓글로 표현됐을 경우, 그것이 차단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은 합리적인 의심이며, 뉴욕 타임즈 댓글 관리 정책을 국내에 아무 비판 없이 이식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실용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검토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악성댓글 0%란 목표가 댓글 영역이란 언론사와 이용자가 함께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공간에서 언론사의 과도한 권력을 허용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면 대안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댓글 관리 정책을 제정하고, 동시에 댓글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이용자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스택오버플로우의 댓글 공동 편집 문화



한 예로, 깃허브(GitHub)와 함께 최근 주목 받는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인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 flow)를 보면 이용자의 댓글을 통한 질문이나 답변에 문법적 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잘못된 경우 다른 이용자들이 편집할 수 있다. 편집한 내용은 해당 이용자가 아닌 다른 이용자를 통해 리뷰되고, 확정됐을 경우 편집한 이용자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쉽게 말해, 스택오버플로우는 위키피디아처럼 이용자들이 댓글을 함께 생각하고,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스택오버플로우의 CCL을 적용한 댓글 관리 정책>


일반적으로는, 사실 이것은 성립할 수 없는 댓글 정책이다. 댓글의 저작권은 댓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있으므로, 타인이 이것을 편집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권리자에게 허락받지 않고 이차저작물을 생성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스택오버플로우는 댓글 관리 영역에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GPL(General Public License)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영역에서 저작권 공유를 도와주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를 적용해 해결했다. 댓글 작성자가 해당 댓글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지만, 편집은 CCL의 계약 조건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허용된다.


그러나 물론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스택오버플로우의 댓글 공동 편집 문화에도 한계는 있다. 여기서는 언론사와 이용자간의 콘텐츠에 대한 통제력 불균형 같은 문제는 없지만, 스택오버플로우가 개발자 중심의 매우 특수한 커뮤니티라는 문제가 있다. 즉, 이 같은 커뮤니티 구성원의 참여, 선의에 의존한 시스템이 더 많은 구성원과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이트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더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

  • 국내 댓글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국가 정책과 서비스 정책이 바뀌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뉴욕타임즈의 사후편집정책에 찬성하신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스택오버플로우의 댓글 관리 정책을 다른 사이트에 적용한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작성 2012.07.27 | 전략경영팀 김재연 전략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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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지온 CI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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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7 16:55 신고

    예전에 어느 분의 블로그글에서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의 질을 비교하면서, 양국의 댓글문화를 논하는 걸 본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반박문 비슷하게 써본 겁니다. 문화라기보단, 제도적 환경의 차이가 큰 거죠. 그리고 조선일보 댓글은 YouTube나 Gawker 댓글 정도와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2. 2012.07.27 18:18 신고

    비.디.님의 댓글 정책에 대한 글, 아, 재밌다..